[ 飛水 episode ] 잠식 - 에필로그


" 여긴...어디지... "

비수가 주위를 둘러 보았다. 흑백으로 이루어진 세계는 적막 그 자체였다.

" 나는...여길 왜 왔지...? "

지끈지끈한 머리를 감싸며 비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키고 나서야 이상한 것을 느꼈다.

마안경이 없는데도 주변이 잘 보인다는 것.

" ...그렇군. 죽은...건가 ? ... 적어도 정상은 아니겠군. "

비수는 침착하게 주변을 살폈다. 흑백으로 이루어진 세계지만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보였다.

분명 처음 보는 곳이고 어디인지 알리가 없지만 이상하게도 비수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 말로만 듣던...명계로군...? "

비수는 웃기 시작했다.

" 헤르메스가 하데스의 세계에 사절이 아닌 존재로 오게 될 줄이야. "

한참을 웃던 비수는 이윽고 자신의 입장을 확실히 깨달았다.

" 그건 과거 얘기고...지금의 나는 그저...이 곳에 오는 영일 뿐인거로군. "

짧은 탄식을 내뱉은 후에 비수는 발길을 옮겼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 처럼 느리지만 확실하게 움직였다.

얼마나 걸었을까...나룻배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자 순간 몸이 굳었다.

" ...정말 이대로 끝나는 건가 ? "

조금 전까지 평안했던 비수의 감정이 금새 무겁게 변해버렸다.

그와 동시에 무수한 기억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부모님, 유년시절, 관리센터, 레밀리아와 관리자들, 학교생활, 혜진이 그리고 마지막 순간...

" ...살고...싶다... "

다리에 힘이 풀리며 비수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손을 땅에 짚은 채로 흐느끼기 시작했다.

" 죽기 싫어. 살고 싶어. 조금이라도 더...조금만이라도...

아직...하고 싶은 것도... 할 것도 많은데... 미안하다고 말도 못했는데... "

그렇게 흐느끼고 있는데 나룻배 쪽에서 누군가가 걸어왔다.

비수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자 온 몸에 붕대를 감고 야윈 사람형태가 눈에 들어왔다.

" ...이건... "

그 형태에서 음산하지만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비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 ...그렇군...왕께서 말씀하신 존재가 당신이군요. "

" ...왕 ? "

" 당신은 아직 이 곳에 이런 식으로 올 분이 아닙니다.

본래의 인과율로 돌려 드리겠습니다. "

음산한 목소리를 지닌 자가 앙상한 팔을 뻗어 비수를 일으켜 세웠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온 것인지 아니 비수가 힘이 없는 것인지

비수는 그의 손에 잡힌채로 일으켜 세워 졌고

그는 비수를 잡은 채로 비수가 걸어왔던 반대 방향으로 끌고 갔다.

" ...어지간히 미련이 강했나보군요. 보통은 쓰러지지 않고 곧바로 배를 향해 오는데...

...아니 인과율상 있어서는 안되는 존재여서 그랬던 것일까... "

" 무...무슨... "

" ...카론입니다. 다음 번에는 좀 더 제대로 뵙도록 하지요. "

" 에 ? "

카론이라고 밝힌 자는 걸음을 멈추고 땅을 굴렀다. 그러자 커다란 구덩이가 나타났다.

" ...그럼...다음에는 정식으로 찾아와주시길 기다리겠습니다. 후후후. "

그리고는 카론은 비수를 구덩이아래로 집어 던졌다.

" 으아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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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같은 어둠. 눈을 깜빡여 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이 현상이 익숙했다.

" ...세상에 진짜 눈을 떴어...!! "

누군가가 소리를 치며 문밖으로 달려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병실 침대라는 것을 느낀 비수는 천천이 상체를 일으켰다.

온 몸에 근육통으로 인한 통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 통증이 오히려

살아 있다는 실감을 느낄수 있게 해주어 반가울 정도였다.

비수는 상체를 일으켜 침대에 비스듬히 기댔다.

" 휴. "

한 숨을 내쉬는 비수를 누군가가 꼭 끌어안았다.

품에 안긴 사람은 살짝 떨고 있었다.

" ...어... "

보이지 않아도 품에 안긴 사람이 혜진이리라 생각했고

비수의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비수는 오른손으로 품에 안긴 혜진의 머리를 토닥여줬다.

" ...미안...많이 놀랐지 ? ...나 돌아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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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태는 괜찮아 보이는군 ? "

" ...이게 어디가 괜찮아 보인다는 겁니까 ? 지금 놀리는 거죠 ? "

한 쪽에 목발을 낀채로 병실에서 쉬고 있는 비수가 방금 말을 걸은 레밀리아에게 반문했다.

" 대꾸할 힘이 있는 걸 보니 괜찮아 보이는구만 뭐. "

" ...으구...명계를 안 가본 사람은 몰라요. 얼마나 힘들었는지. "

" 명계 ? 내가 안 가 봤을것 같아 ? "

레밀리아가 갑자기 크게 미소 지었다.

" 아무튼 이젠 요양만 잘하면 되겠네. 요양이야 뭐 혜진이가 붙어 있으니 걱정 안해도 될거고...

가현이랑 아린이도 자주 오잖아 ? 그냥 푹 쉬기만 하면 되겠네. "

" ... 그만 좀 오라 그러세요. 제가 더 부담된다구요. 난 괜찮다는데.... "

" 그러니 얼른 나아서 관리센터로 돌아와.

돌아오게 되면 좀더 혹독하게 튼튼해지도록 굴려줄테니. "

" 네네. 알았습니다. "

비수가 으쓱거리는 제스쳐를 취하자 레밀리아가 몸을 돌렸다.

" 지금은 그냥 돌아 가겠어. 다 나으면 보자구. "

" 무섭네요. 뭘 시킬지. "

" 아 참. 윤의 전언이야. "

" ? "

" 카론이 네가 정식으로 오길 기대하고 있대. 은근 인기있어 너 ? "

" ... 그러게요 ... "

by 슈나 | 2010/09/27 18:44 | about 飛水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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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飛水 episode ] 잠식 - 에필로그 <-슈나님 댁날이 어두워지면서 음산한 분위기로 가득한 공원속에서 가로등만이 산책로를 밝혀주는 가운데 윤이 그 속을 걷고 있었다. 공원의 절반정도 걸어왔을 때 윤은 앞으로 옮기던 발걸음을 멈추었다."일은?""제대로 처리되었습니다."음산하고 소름끼치는 목소리가 질문에 답해왔다. 대답을 들은 윤은 제자리에서 뒤로 돌아섰다. 자신의 그림자 위에 서있는 미이라로 보이는 시체 한 구가 안구가 없어......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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